-
연말 송년회와 음주운전변호사의 길 2021. 11. 11. 10:42
연말연시 들뜬 마음에 좋은 자리에서 마신 술로 음주사고 또한 늘어난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에 앉으면 절대 안되겠지만, 음주운전은 했으나 처벌되지 않는 사례도 나온다.
과연 어떤 경우일까.
■ 사례 1
직장인 나행운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김불운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자리를 마친 후, 나행운은 김불운을 집에 가는 길에 내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대리에게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운행 중 나행운이 대리기사에게 김불운이 사는 곳으로 거쳐 갈 것을 요구하자 이대리는 사거리 도로 한 복판에서 차를 정차시켰다.
나행운과 이대리는 말싸움이 붙었고 화가 난 이대리는 그대로 차에서 내려버렸다. 나행운은 도로 가운데 세워진 차를 옮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0m 정도 운전을 했고 이를 지켜본 이대리는 나행운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 사례 2
김불운은 자신 때문에 나행운이 괜한 싸움을 벌인 것 같아, 다음날 미안한 마음에 나행운에게 술을 샀다. 나행운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김불운은 박대리를 불러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집에 도착 후 주차할 공간이 없어 박대리는 집 근처에 있는 문이 닫힌 식당 앞에 주차를 했고, 잠이 깬 김불운은 식당 영업을 방해할 것이라 생각이 들어 이동 주차를 요청했으으나 박대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가버렸다. 김불운은 주위에 지나가는 차도 없고 조금만 차를 움직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차를 30cm 정도 앞으로 운행하였고 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이순경에게 적발됐다.
위 사례들에서 나행운과 김불운은 모두 술을 마신 채 잠시 운전대를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음주운전을 했으니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나행운은 음주운전이 아니지만, 김불운은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언뜻 생각하면 도로 한 복판에서 훨씬 긴 거리를 운전한 나행운이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30cm 운전한 김불운보다 위험한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 판단이 달랐을까.
그 해답은 바로, '긴급피난'이다.
「형법」 제22조에서 긴급피난은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다. 이러한 긴급피난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피난이 유일한 수단일 것(보충성)
② 그 수단이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일 것(침해의 최소성)
③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할 것(비례성)
④ 피난이 적합한 수단일 것(적합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긴급피난이 인정된다면 음주운전은 했지만 불법은 아니어서 처벌 받지 않는다. 출산을 앞둔 산모를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신호를 위반한 차량은 용인될 여지가 있지만, 감기 환자를 위해 신호를 위반한 차량은 용인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법원이 음주운전을 한 건 사실이지만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나행운의 경우는
① 이미 차량이 도로 한 복판에 정차된 상태로 위난이 발생한 상태였고
② 교통흐름을 방해하여 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를 이동시키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었으며
③ 동승한 김불운 역시 음주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인해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한 김불운은
① 이미 식다영업이 종료하여 침해가 현재 발생하지 않은 점
② 긴급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나 경찰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느다.
주의할 점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본인이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해도,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 법원이 전혀 상반된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가장 좋은 방법은 음주운전의 유혹이 아예 없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귀가하거나, 대리운전을 통해 집에 가더라도 주차까지 완벽하게 부탁한 후 값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