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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억 주고 산 그림, 진품이 아니라면?
    변호사의 길 2022. 1. 27. 11:43

     

    고액의 대금이 오가는 매매계약에서 대상물의 진위 여부는 계약의 성립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 특히 예술품 거래에서 진품 여부는 계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수억원에 달하는 고서화의 매매 거래에서 작품의 진위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중대 착오가 있는 경우의 계약 취소 가능 여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B씨로부터 고서화 10점을 1억940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 대금을 지급하고 서화를 넘겨받았다. A씨는 계약 당시 B씨와 "매매 목적물 중 일부라도 '위작'이라는 점이 판명되면 매매대금을 돌려 받는다"는 약정도 함께 체결했다.

     

    계약이 체결된 후 6년이 흐른 뒤 A씨는 한국미술감정평가원으로부터 10점의 서화 중 가장 가치가 높다고 보고 사들였던 작품을 비롯한 여러 점의 거래 대상 서화가 '위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B씨에게 "서화를 회수해 가고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B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A씨는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1심 법원이 선임한 미술품 감정인들도 주요 작품의 원본의 80% 가량이 손상・수정된 상태라고 보고, 그 금전적인 가치도 진품일 경우는 수억원을 호가할 수 있으나 현 상태로는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로 하여금 일부 진품 서화의 가격을 제외한 1억7400만원을 돌려주고 서화를 가져가라고 판결했다.

     

    B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는 "A씨의 청구가 민법상 하자담보책임(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 매도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일 경우 6개월의 제척기간이 경과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며 "피고(B씨)는 상인이므로 A씨의 약정해제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은 모두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A씨의 청구는 시효로 인해 모두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매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담보인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는 '착오'에 관한 규정이 배제된다"며 "원고가 단순히 피고의 말만 믿고 어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매매 목적물이 진품이라고 착오한 것은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 착오를 이유로 이번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원고가 각 서화를 인도받은 무렵부터 약정해제권의 제척기간이 진행된다. 원고는 이로부터 5년이 한참 경과한 후에 매매계약상 해제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제척기관 경과로 권리가 소멸된 후에 행사된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B씨의 주장 중 일부는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인이라도 원고의 입장에서라면 10점의 서화 중 문제가 된 각 서화가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 작품들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A씨는 각 서화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서면이 B씨에게 송달됐으므로 이 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봤다.

     

    B씨는 2심에도 불복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착오 취소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르고 그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며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성립 여부와 상관 없이 착오를 이유로 그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계약 취소 통보가 적법하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또 "민법에 따르면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표의자는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하자가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매수인은 과실이 없을 때 매도인에 대해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위작인 각 서화를 진품으로 알고 매수한 것은 법률행위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 관련조항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①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은 경매의 경우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581조(종류매매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매매의 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경우에도 그 후 특정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전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매수인은 계약의 해제 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582조(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전2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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